육아

[스크랩] 공교육 교사로서 사교육에 대해서 씁니다.

김영국 2012. 1. 9. 10:51

공교육 교사로서 사교육에 대해서 씁니다.|맞벌이 부부의삶
좋은샘이요 | 등급변경 | 조회 2196 |추천 11 |2012.01.07. 19:22 http://cafe.daum.net/10in10/1pRl/522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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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제 제가 쓰는 글은 결론이라기 보다 오히려 그냥 평소 하고 있는 생각들입니다.

제 마음속에 있는 모호함들, 갈등들, 경험들, 겪었던 것들, 그리고 진행되고 있는 모든 것들을 포함한

거대한 흐름에 대한 그냥 나름대로의 생각들, 그리고 제가 가지고 있는 것 보다 더 넓은 다른 분들의

또다른 담론들, 그런 것 들을 한번 나눠 보기 위함이고 저 또한 하루에 몇 번씩 생각이 바뀌기도 하고

갈등하기도 합니다. 그래도 흐름은 비슷하고 생각을 나눠보고 싶습니다.

 

간단히 소개를 하자면 전 올해 교직 15년차 정도의 중학교 교사입니다.

수학교육과를 나왔구요, 성적은 그다지 훌륭한 여고는 아니였지만 그냥 평범한 여고에서 전교 5등이내

수학은 이과수학에서 전교 1등 정도.

 

남편은 유명입시학원 영어재수반 팀장

아내는 공교육의 중심, 남편은 사교육의 중심에 서 있는 셈이죠.

 

저희 아들은 7살, 사교육은 피아노 하나 시키고 있습니다. (학교에서 이론 안 가르쳐 주니까 언젠가

다녀야 할 학원이면 나중에 초등학교 들어가서 제가 꼭 시키고 싶은 것들과 겹쳐 시간이 없을까봐

미리 시키고 있는 중입니다. 물론 쉬엄쉬엄 진도 중요하지 않으니 아이가 피아노를 지긋지긋하게만

생각지 않도록 해 달라고 그렇게 보내고 있습니다.

 

물론 최소 미술 정도는 기본으로 보내야 한다는 의견이 많지만 그건 필요할 때 보낼 생각이고, 일단은

아이가 그림 그리는 것 보면 학원에 안 보내서 정형화되지 않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아 학원을 보내

야겠다고 생각이 들지 않았습니다. 

 

남들은 기본으로 하는 미술도 그럴진데 체육 줄넘기나 인라인 같은 거는  당연히 혼자 익히게 하

구요. 요즘엔 이런 것들도 체육관에 보내 익히더라구요.  가족과 같이 나가서 하다 보면 언젠가는

 자기가 넘어지며 익히는 것들인데 심하게 몸치여서이면 몰라도 요즘은 뭐든지 학원을 통해 해결

하는게 편하다는 생각이 팽배한 것 같아요.

 

제가 학원을 보내는 것은 위에도 언급했다시피 엄마가 매일 가르쳐 주기에 버겁되 하지 않을 수는

없는 부분(피아노)에 국한되어 있고 초등학교 들어가면 그런 이유에서 아마 회화중심의 부담없는

어학원이 있다면 하나 추가하게 될 것 같습니다.

 

이런 배경을 적는 이유는 보시다시피 저희 부부는 둘다 가르치는 일을 업으로 삼고 있고 학창시절

나름은 공부를 남들만큼 했음에도 불구하고 선행이나 사교육을 최소화 할거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

고 저희와 비슷한 상황에 계신 분들도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예요.(오히려 교사들, 학원관계자분들

영어유치원 담당자^^분 등)

 

물론 피아노처럼 꼭 필요한 것들이나 , 사교육은 아니더라도 정보들(입시제도의 흐름, 창의적

체험활동, 입학사정관제, 독서이력제처럼 새롭게 생겨나는 용어들, 개정교육과정등)의 물결 속에서

정보에 항상 귀를 쫑긋 세우고 아이를 적재적소 필요할때 이끌어 주는건 중요하다고 생각하구요.

 

제가 이야기하고 싶은건 요근래 텐인텐에서 화제가 되었던 사교육을 안 시키면 아이가 뒤쳐지고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라는 부분에 대해서 조금은 차이가 나는 생각들인데요.

 

'사교육'의 효과에 대해서도 인정은 하는데요. 제가 인정하는 부분의 사교육은 학원이나 과외같은

쪽은 아니구요  '사교육'이라기 보다는 '부모의 지식과 관심과 케어'라고 표현하는게 더 정확한데

 

예를 들어 부모가 아무것도 관심이 없고 돈만 많은데 평상시는 다른 일로 바쁘고 그저 애한테 쪽집게 과외

라고 몇백 붙이고 유명학원 보내고 사교육 시켜봐야 결과는 뻔하구요.

 

실제로 강남 분당 잠실 등의 아이들은 모두 공부를 잘 할것 같아도(물론 초등학교때까지야 참 잘합니다.

제한된 범위내에서 선행의 촘촘한 그물치기와 문제풀이가 사교육이나 선행을 덜하는 아이들에 비해 효과를

발휘하는 건 어찌보면 당연 하지요)

그런데 스스로 사고해야 하는 고등학교쯤 가면 선행이나 학원이 먹히지가 않는 '잘 살고 유명학원 다니는데

공부 못하는(?)', 어릴때는 제법 했는데 뒤쳐지는 아이들이 생각보다 적지 않다는 겁니다.

 

부모가 능력도 있고 지식 있고 교양도 있어서 평소에 책도 같이 읽고 좋은 정보 잘 캐치하고 아이에게 맞는

좋은 학원을 잘 선정해서 적재적소로 보내고 잘 케어해주는 가정의 분위기가 ,

어려운 가정서 생계형 맞벌이로 방치되고 있는 학생들에 비해 엄청난 차이를 가져온다는 '효과'면에서는 인정

하는 편이지만 그건 총체적인 가정의 복합적인 뒷받침이지 '학원이 뛰어나거나' '사교육을 잘 시켜서' 가 가장

중요한 변수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수많은 이견이 존재할테고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요즘 텐인텐에서 사교육을 안 시키면 공부를 잘 할수가 없

는 시스템의 댓글들이 주를 이루어 실망하고 걱정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 이런 글도 쓰게 되었구요.

 

예를 들어 저희 동네는 4살때부터 영어 그룹과외가 유행인데요. 예전에는 그래도 너무 어릴때부터 보내면

정서에 안 좋다해서 영어유치원을 5,6,7세 3년 보내더니 이제는 4살 심지어 3살때부터 개인과외 선생님을 붙이

는데요. 이유는 1년 보내는 것보다는 2년 보내는게 더 좋다, 7살때 1년차 보내면 따라잡지 못한다라는 무성한

소문들과 직접 본 아웃풋(?)에 조바심이 난 엄마들이 1년이라도 앞서가는게 굉장히 큰 경쟁력이라고 생각해서

남과 비교해서 조금이라도 더 빨리,더 많이를 양적으로 외치게 되는 것 같아요.

 

사실 저희 아들은 그냥 평범한 어린이집을 다니는데요.

영어유치원 같은 것도 사실은 아무것도 안하고 7살이 된 아이와 4살때부터 3년 다닌 아이가 의미있는 차이가

날 거라는 단순한 결과적인 면은 인정하구요.

솔직히 말하면 그게 뭐 그 영어유치원의 커리큐럼이 대단하거나 영어 선생님들이 뛰어나서라고 생각하기보다는

 '매일 일정한 것을 꾸준히 하는 힘'의 위력이라고 생각하는 편이구요.

 

저희 동네 키즈까페 가보면 부모가 놀때도 한국말을 못 쓰게 해서 영어로 대화하며 노는 취학전 아이들이 흔치

않게 있는 편이구요. 그럴때면 a,b,c,d정도 하고 있는 우리 아이를 돈 없는 것도 아닌데 영어유치원을 보낼까

(앞서도 이야기했듯이 언어같은 쪽에서는 매일 꾸준함의 효과를 어느정도 인정하기에)생각이 들기도 했지

만, 그 영어유치원이라는 것도 과거 놀이식에서 학습식으로(예전에는 스트레스 받는다고 놀이식영어유치원

이 유행이더니 이제는 비싼 돈 들여 보내는 것만큼 아웃풋이 나와야 한다는 분위기가 팽배한지라 7세 무렵부

터는 아이들의 능력이나 개인차, 인식과 별개로 과중한 시스템으로 가더라구요.

영어를 즐겁게 부담없이 매일 접하는 것의 장점과 매력적인 유혹을 알고 있음에도 현재 시스템 자체가  

미리, 먼저, 남들보다 양적으로 더 많이 앞서나가게 해서 결국엔 아이를 질리게 할까봐 나중에 하더라도 할 수

있다라는 신념하에 안 보내게 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만약 종이접기 학원이 있어서 4살때부터 아이를 그 학원에 보내서 색종이로 갖가지 것들을 접는 연습을

시킨다면 7살이 되었을때 ' 3년간 종이를 접어 왔던 아이'와 '한번도 접어보지 않았거나', ' 접었더라도

일주일에 한두번 접어보는 정도로 설렁설렁 접한 아이'가 유의미하게 차이가 난다는데 동의는 하지만

 

만약 7살때까지는 한번도 접해보지 못했었던 아이라 할지라도 그 아이가 문득 3학년때

종이접기에 빠져 종이접기에 취미를 붙여 열심히 한다면 7살때까지 3년간 접어서 잘하

는 그 아이를 띄어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고 믿기에 두려움에 덜 휘둘리는 것이죠.

 

즉 어떤 것을 어떤 시기에 집중적으로 해서 안하는 부류보다 앞서 나가는 것이 생각보다

대단한 것은 아니며, 또한 본인이 원하는 시기에 하고 싶어서 파고들어서 하는 기회만

주어진다면 후자가 전자를 가뿐히 뛰어넘을 수 있다는 경험속에서의 믿음이 있는 편이구요.

아이를 평상시 주의깊게 살펴 부모가 좋은 길잡이가 되어주고 정보를 주고 기회를 준다면

사교육이나 선행에 의지하지 않고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선행이나 학원에 의존하고 싶지 않은 이유는 '단기간의 효과에 대한 매력'은 인정하지만

(부모가 교사나 학원강사라 할지라도 자기 자식을 매일 앉히고 꾸준히 시키기란 쉽지가

않지요. '매일의 강력한 힘'이 통하는 외국어 같은 경우 그래서 학원이 나쁘지 않지만

그 학원이라는게 결국엔 아이를 '질리게 하는데'일조하는 분위기라는 우려가 있어

조금이라도 아이의 자발적인 학습력을 기대하고 있는 저희 부부에게는 맞지 않다고 믿어

서입니다. 저는 어릴때 단어 외우기가 참 즐거웠습니다. 누가 시키진 않았지만 긴 전지를

뱀처럼 잘라내어 깨알같이 적어서 화장실에 앉아서 외웠어요. 근데 누가 몇개 이상 안 외

우면안 보내준다고 때리면서 시키면 진짜 영어가 싫어질 것 같아요. 내 스케쥴과 내 리듬이 있

는데 억지로 떠밀려서 하는게 어느정도 효과는 있겠지만 그래도 본인이 좋아서 했으면

싶은 마지막 바람이지요. 영어를 미치도록 좋아했던 사람들도 공통점을 보면 본인이 조하서

파고들고 팝송듣고 자발적으로 해야 나중에 어른이 되어서도 놓지 않고 끝까지, 그리고 잘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영어도 그럴진데..수학..말할것도 없지요. '지식의 구조'나 개념의 구

조화된 학습은  본인이 스스로 하면서 정립해 가면서 체계화되는 것이고 어떤 공부(개념이

다른 예술이나 학문간에서도)에서도 통하게 되어 있습니다.

 

압니다, 이쯤에서는 너도 아이를 키워봐라 스스로 공부하는 아이가 어디있겠니라고 하시

겠지만, 제가 지켜보니 아무리 맛있는 음식도 아이를 쫒아다니며 먹일수록 아이는 더 입이

짧아지는 것 같아요.  공부나 학습이란 것도 그런 거라고 믿고 있습니다.

 

공부라는 것도 때로는 어느 정도는 푸시를 하고 강제성을 띄어야 하는 순간들도 있겠지만

현행 학원이라는 것이 (영어처럼 일정한 학습을 반복하는 체계는 효과가 있을지 몰라도)

수학같은 것들이 당장은 선행학습이 좋은 효과로 보여도

혼자서 흥미가 있어 파고드는 아이(결국 공부란 스스로 하는 것)이라는 신념이 저나

남편 둘다 경험에 의해서(본인은 오직 자신이 경험한 바에 의해서 세상을 판단하고 조각하

수 밖에 없기에)있기에,

 

떠먹여주기식 과외나 문제풀이식 수학학원 같은 것들이 굉장한 효과를 발휘하는 것처럼

보여도(위에서 언급한데로 그냥 열악한 동네 보습학원에 다니는 것보다 정교화된 강남

목적 학원들이 효과가 있다고 할지언정)

그래도 가장 효과가 있는 것은 본인이 좋아서 본인이 파고들어서 해야 하는 것이고

 

그러기 위해서 최소한 적어도 초등학교때까지만이라도 무의미한 선행에 휘둘리고 싶지 않게

하고 싶은게 신랑과 저의 생각입니다.(학원 시스템이 어떤지는 잘알고 있습니다.)

 

저는 선행에 무심한 부모님들 덕에 고등학교 들어가서야 남들은 중 3겨울방학때 한번

은 떼고 온다는 정석 수학이란 것도 처음 들어보았습니다.

하지만 그때 시작했어도 수십권의 문제집을 훈장처럼 푸는 아이들보다 수학을 잘했습

니다. 물론 제 아이큐는 매우 평범하고 머리가 좋은 편도 전혀 아니구요,

남들이 모의고사 문제지를 수십장씩 학원에서 풀때 저는 기본 정석 노란색 한권을 3년

동안 반복해서 풀었습니다. 어느 페이지 어느 구석에 어떤 숫자가 있는지 떠오를 정도로.

재미있는 건 다른 문제들도 그 가장 쉬운 책으로부터 응용이 되었어요. 가끔 묻는 친구들

에게 나는 다른 문제집은 안푼다 . 오직 노란색 기본 정석만을 수십번 풀 뿐이다라고 말했지만

 아무도 믿지 않더군요. 그래서 저는 가끔은 수석한 아이들이 교과서에 충실했어요, 기본에

충실했어요, 별다른 비법은 없어요 라는 말도 '진심으로' 믿어집니다.

 

제 주변에도 모두 공부를 참 잘했던 친구들이 많은데 그다지 학원에 의지했던 친구는

없어요. 필요할때 필요한 부분만 찾을 뿐이고 효과를 볼 뿐이지, 공부란 어차피 본인이 필요를

느껴 스스로 할때 효과가 극대화 된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새벽 3시까지 공부해야 겠다고 생각해서 공부하는 것과 엄마가 새벽 3시까지

스케쥴을 짜서 공부하는 것과는 다르다고 생각해요.

어차피 산을 올라가는 길이 여러 갈래가 있다면 제가 등을 떠밀어 올려보내는 것보다

아이 스스로 파고들어 올라갔으면 좋겠고 그러기 위해선 적어도 초등학교까지는

사교육이나 선행에 대한 흔들림없이 아이에게 <여백>을 주고 싶습니다.

물론 모든 부모님들이 아이가 스스로 하는게 제일 좋은건 알지만 그렇게 되는게 말처럼

쉽지 않다고 말씀하시고 저도 그 부분때문에 항상 고민이지만  최근 맞게방의 흐름이

선행이나 사교육을 안 시키면 결과는 너무 뻔하다 위주로 흐르는 것 같아 다른 의견

도 내보았습니다.

 

 요즘 개천에서 용이 안 난다고 하는 것은 앞서서 말씀드린데로 사교육과 선행으로 아이가

성공했다기보다는 어려운 가정아이들에 비해 '부모의 안목과 관심과 케어'가 앞섰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해요. 총체적인 가정의  분위기지 학원이나 선행 사교육의 힘이 아니라는 개인

적인 생각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버스 운전기사가 높은 급여를 받고 본인의 일에 자부심을 느끼며 사는

노르웨이 같은 나라에 우리 아들이 태어나지 못한게 남편과 저는 참 아쉽기는 한데요.

남들은 다 부러워하는 명문대 인기학과에 들어가서도 이제서야 이 길이 아니라고 생각

해서 수없이 때려치고 아직도 방황중인 아이들도 보았구요, 부모의 기다림과 믿음 여백이

아이와 맞아 떨어지면 좋고, 그게 아니라서 명문대를 못간다 할지라도 그 기간이 헛되지

않을거라고 믿고 있습니다. 

'가정의 분위기'를 지원하되 사교육과 선행에는 휘둘리지 않으려는 신념입니다.

 

두서가 없었네요. 좋은 밤 되세요.^^

출처 : 텐인텐[10년 10억 만들기]
글쓴이 : 서현&규환아빠 원글보기
메모 : 자녀교육에 대해 곰곰히 읽어봐야 할 글